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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선택의 역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비밀

by rrong2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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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마트 트레이더스

 

■ 이마트 트레이더스, 선택권이 적은 이유

요즘 다들 어디가서 쇼핑을 하시나요?

국내에서 유명한 마트 중 하나인 이마트는 언젠가부터 '이마트 트레이더스'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다들 아실 겁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기존의 이마트보다 더 대형/대량의 형태로 물품들을 판매하며 좀 더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습니다. 기존 국내의 다른 마트와 차이점을 꼽아 보자면, 조금 더 미국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으면서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이마트는, 다양한 상품 종류를 구비해 놓는 건 물론이고 한 가지의 상품이라도 다양한 종류를 진열해 놓습니다. 다양한 브랜드, 다양한 용량, 다양한 가격의 상품들을 쭉 진열해 놓으면 소비자들은 이 많은 것들 중에서 선택해서 구매를 해야하는 형태였습니다. 거기다가 수시로 몇몇의 상품만 행사를 한다던가, 할인율이 달라진다던가, 1+1행사 등 여러가지 방식을 결합해서 상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면 웬만한 계산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방식입니다.


이와 다르게,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선택권이 그닥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석을 해보면 '이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았으니 굳이 다른 브랜드나 다른 형태를 사려면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는 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런 면에서는 또 역설적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주 단순화 되어버려서 쇼핑이 엄청 쉬워진 것도 있습니다.

 

 

■ 선택 후의 모습들

선택의 권리를 가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선택을 하는 그 복잡한 과정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상점 진열대에 눈길을 사로잡는 물건이 있더라도, 그 가게에서 바로 사면 뭔가 가격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을까 싶어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합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꼼꼼히 검색을 해보면 비슷한 상품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오는데, 막상 봐도 스펙을 읽을 줄도 모르겠고, 사용후기도 모두 믿을 수도 없고, 그 가격을 주고 구매했을 때 과연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도 의문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결정을 미루게 되고 흐지부지 됩니다.

 

설령 과감하게 물건을 구매했다고 해도 결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산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혹시 더 싸게 살 수는 없었을까? 뭔가를 놓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선택'의 역설적인 현상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라는 책에서 보면, 개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상징인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좌절시킬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심리학자인 슈워츠라는 사람이 든 예시를 보면, 선택은 반드시 '상품 선택'에만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이 있을 동네와 다닐 학교를 직접 선택합니다. 그리고 많은 고심 끝에 친구, 배우자 등도 선택하고 직업과 취미, 종교까지도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배우자도 바꾸고, 직업도 바꾸고, 종교도 바꿉니다. 심지어 생긴 모습도 바꾸고 요즘에는 성별까지도 바꿉니다.

 

심리학자 슈워츠의 연구에 따르면, 위와 같이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주장합니다.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든 것을 선택해야만 하고, 모든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오히려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겁니다.

 

 

■ 예전과 요즘

예전에는 태어나자마자 많은 것들이 이미 정해져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책임질 일도 그만큼 적었다는 뜻이 됩니다.

 

반면 요즘에는 삶의 가치관, 철학, 종교 같은 근본적인 것까지 전부 선택이 가능해지다 보니, 사람들은 오히려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절대적인 가치가 점점 사라지다시피 하다보니, 한 번 선택한 것에 대해서 헌신하는 태도 역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사례를 보며 드는 생각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두 갈래 길 중,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두 갈래 길이 아니라 백 갈래 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리 프로스트라도, 자신이 선택했던 길을 그 어떤 불안감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선택의 역설은 다양한 사례를 봐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지금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이 암에 걸리게 된다면 항암 요법을 선택해야할 때 본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기를 바라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현재 암에 이미 걸려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냥 의사가 자신을 대신해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대답했습니다.

 

결국 삶과 죽음의 문턱에 도달해 있을 때에는, '선택권'이라는 것은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담일 뿐이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택할 종류가 많다는 것은,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버린 나머지 기회에 대한 미련이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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