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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동적 인상 형성:: MBTI별 사람은 왜 첫눈에 반할까?

by rrong2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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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mir Ridhwan/Shutterstock]

 

■ 그 유명한 MBTI 검사

<<Myers-Briggs Type Indicator(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라는 검사가 있습니다. 요즘 모르면 이상할 정도로 유명해진 성격 검사입니다. 이 이름을 줄여서 흔히 MBTI라고 이야기 합니다.

 

요즘에서야 다들 느끼시는 것도 있겠지만, 요즘만이 아니라 MBTI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성격 검사 중 하나이며 진로적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이 검사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 재미삼아 하고, 내 맘대로 해석하기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정성훈 선생님의 실제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이렇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MBTI 검사 결과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은 아이는 ENFP로 나왔고 자세한 설명을 들여다보니 이렇습니다.

'전형적인 사업가 스타일로 추진력이 좋고 적극적인 면이 강하며, 다른 사람들의 분위기에 잘 맞춰줌'

 

반면 큰 아이는 작은 아이와는 정반대의 성격 유형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공상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고, 집단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성인군자 혹은 예술가에 적합함'

 

검사 결과를 알고나서 아이들의 성격을 돌아봤더니, '어쩜 그렇게 잘 맞아떨어지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보니 세세한 설명은 다 기억이 흐릿해졌고, 머릿 속에 남아있는 내용은 '작은 아이는 사업가 타입, 큰 아이는 예술가 타입'이라는 것 뿐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이런 내용을 알게 된 후부터 였다고 합니다.

작은 애가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놀이터에 혼자 무턱대고 놀러나가서 처음보는 아무 친구와도 어려움 없이 잘 어울려 놀다 들어오는 것도 다 '사업가 스타일이니까 그렇겠지'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차분하고 진득하게 한 자리에 앉아서 집중을 못하는 것을 보고는 '한 자리에 눌러앉아 있어가지고 사업가 해먹겠어?'라면서 마음대로 좋게좋게 해석해버리곤 했다고 합니다.

 

반면 큰 애를 보면, 가끔 울적해 보이는 날에는 '또 얘가 어떤 영감이 떠오르는 날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아침마다 잘 못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예술가들은 원래 규칙적인 사람들 별로 없어'라며 맘대로 해석을 갖다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 빠른 판단과 오해

이렇게 사람의 인상이 한 번 굳어지면 그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그 처음의 인상을 걷어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처음 알게 되었던 모습이 올바른 모습이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얼마나 큰 오해가 싹트게 될까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 생각보다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는 미래를 뒤바꿔놓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결정도, 나의 입장에서는 그냥 순간순간 인식된 인상에 따라 쉽게 결정짓게 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단편적인 경우를 생각해보면, 청년들의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즘. 정작 면접 자리에서는 합격 불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데 평균 19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중  4명중 1명은 5분~10분 이내에 결정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판단이 꼭 바라는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죠.

 

 

■ 관련 실험

이런 현상을 깊게 연구한 사람이 바로 '솔로몬 애시(Solomon Asch)'라는 미국의 심리학자입니다. 1946년 애시가 했던 실험이 있습니다. 2군의 집단에게 아래와 같은 단어리스트를 보여주면서, 어떤 사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해주고는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떨 것 같으냐고 써보도록 했습니다.

 

1군)

근면성실한, 재주많은, 지적인, 따뜻한, 조심성 있는, 의지가 굳은, 현실적인

 

2군)

근면성실한, 재주많은, 지적인, 차가운, 조심성 있는, 의지가 굳은, 현실적인

 

1군의 단어리스트를 받은 사람들은 이 사람을 너그럽고, 행복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2군의 단어리스트를 받은 사람들은 인색하고, 불행하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보면 2가지 단어리스트는 거의 같습니다. 단 하나의 단어 '따뜻한 / 차가운'이라는 단어만 다릅니다. 애시가 날카롭게 지적하고 싶었던 건 '따뜻한' 또는 '차가운'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일단 강하게 첫인상을 고정해버리면, 나머지 다양한 특징들이 있더라도 그것들이 객관적 / 합리적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그 강렬한 첫인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적인 단어로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따뜻하면서 조심성까지 있는 사람'이면 '배려심이 깊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보게 되고

'차가우면서 조심성이 있는 사람'이면 '냉철하고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첫인상의 핵'의 중요성

확인된 얘기는 아니지만, 과거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님이 살아 있을 때에는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에 관상 전문가를 모셔놓고 관상도 보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객관적인 스펙이나 능력보다는 그만큼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 첫인상이 강하게 굳어져버리게 되면, 여간해서는 그 첫인상을 뒤집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첫인상은 좋은데 출신 대학교가 좀 안 좋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대학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적성을 찾아 나선 소신있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고.

첫인상이 좋지 않은데 내로라하는 일류대학을 나왔다면, 좋은 대학 출신이라고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게 되기 쉽상인 것 같습니다.

 

애시의 주장에 의하면 이런 현상들은 모두, 상대방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다양한 특성들이 '첫인상의 핵'을 중심으로 동적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동적 인상 형성(Dynamic impression formation)'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 갇히지도, 가두지도 말 것

정식 검사는 아닐수도 있지만,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이런 저런 재미난 TEST들이 많습니다. 여러번의 MBTI 테스트 결과를 받아보고는 그럴듯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첫인상 하나가 그대로 굳어져서 이후로 키워나갈 수 있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그 좁은 틀에 가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점과 단점들을 보게 되면서 스스로와 주위를 놀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바래왔고 기대했던 자신의 모습을 향해서 항상 한계를 넘어서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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