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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백치 천재 증후군:: 평범 속 비범? 비범 속 평범?

by rrong2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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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함 속 비범함

가끔 주변을 보면 지능이 현저히 낮거나 자폐 성향을 가져 정상적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또 설명하기 힘든 정도의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 서번트 신드롬(백치 천재 증후군)

유명인들 중 자폐증의 한 종류인 '아스퍼거 병' 환자이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다니엘 타멧(Daniel Tammet)'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 기억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사람이며, 5시간 9분에 걸쳐서 원주율을 22514자리까지 암기에 성공한 신기록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영어를 제외하고 추가로 9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도 있으며,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서 일주일만에 순식간에 아이슬란드어를 습득하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또 취미로 '맨티(Manti)'라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기까지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경우를 '백치 천재 증후군' 또는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백치 천재 증후군을 보이는 경우 중 절반 이상은 위 사례와 같이 '자폐증 환자'인 경우가 많으며, 나머지 절반은 '뇌 손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

 

물론 자폐증 환자나 뇌손상 환자들 중에서도 이런 특출난 능력을 보이는 사례는 극소수 뿐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전문가와 많은 학자들은 뇌손상 자체가 천재성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뇌손상을 통해서 정상인의 진화 과정에서 잃게 되었던 능력들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천재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보인 것이라는 겁니다.

 

 

■ 좌뇌와 우뇌의 기능차이 때문?

이 현상을 설명해내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었으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게 평가받는 이론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가장 유력한 이론은, 좌뇌와 우뇌 기능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론입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좌뇌'는 분석적인 능력과 추상적인 개념을 도출해내는 기능이 탁월합니다. 반면에 '우뇌'는 좀 더 종합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예술적인 시각과 분석으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적인 통찰을 담당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좀 더 설명해보면, 우리가 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일 때 '우뇌'는 자극 자체에 하나하나 미세하게 반응하는 반면 '좌뇌'는 미세한 하나하나의 자극을 한 개념으로 뭉뚱그리는 것에 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좌뇌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우뇌는 감각 자극을 날 것 그대로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대로 기억 속에 저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뛰어난 기억력과 예술감각

위에서 설명한 이러한 이론을 통해, 좌뇌 발달에 문제가 있어서 자폐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뛰어난 기억력과 예술적인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잘 설명해주곤 합니다.

 

이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진화 과정이 좀 더 고위의 인지적 기능을 발달시키기 위해, 백치 천재들에게서 보이는 능력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보통의 정상적 성인의 '좌뇌'는 '우뇌'보다 우위에 있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좌뇌의 분석적인 기능추상적인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 설명하는데요. 옛날부터 예술가들이 기본적인 생활능력이 부족해서 경제적으로 곤궁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좌뇌의 기능이 우뇌의 기능에 비해 열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합니다.

 

 

■ 기억을 상실하는 능력

어떻게 보면 추상적 사고라는 것은 하나하나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이것을 하나의 개념으로 바꿔버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서 언급했던 '타멧'이라는 사람은 1~10000까지의 숫자에 각각 다른 색깔 / 모양 / 질감의 도형을 연결시켜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9는 높은 탑, 25는 기운 넘치는 모습, 289는 못생긴 얼굴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숫자를 이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양 손가락을 이용해서 1~10까지 셀 수 있게 되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11이 있고 또 12가 있다는 것을 누가 꼭 가르쳐주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숫자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라는 무한한 숫자의 세계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 현상을 이론적인 내용과 연결시켜 설명하자면, 각 숫자의 색깔과 모양을 잊어버리는 대신에 '일반 법칙'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백치 천재들의 일반적인 지능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낮게 나오는 것은, 이런 식으로 '기억을 상실하는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 누구나 꿈꿨던 천재가 된다는 것

우리는 누구나 한 때 천재가 되는 꿈을 꿔보았을 겁니다. 하루에 기본 8시간씩 책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리 중얼거려도 외워지지 않는 영어 단어를 수없이 써가면서 외우지 않아도 되며, 숨을 쉬듯이 쉽고 자연스럽게 지식이 내 머릿속에 쌓여지기를 한번쯤 빌어 보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백치 천재 증후군'이라는 것은 이러한 학습에 대한 단순한 선입견을 무너뜨려버립니다. 수억 년 동안 인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어렵게 획득할 수 있었던 건,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개념을 추상화 할 줄 알고 새로운 개념을 찾아낼 줄 아는 능력이라는 겁니다.

 

몇 백권의 책 내용을 그대로 통째로 암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그 배움의 과정으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설사 책 내용을 모두 잊어버렸다고 하더라도 골똘히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얻게 되는 '새로운 통찰능력'과 마음으로 느꼈던 '감동과 눈물'이 있었다면, 그것들이 오히려 우리의 마음 속에 깊게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의 진로를 바꾸게 할 수도 있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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