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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자기 충족적 예언:: 말이 씨가 된다

by rrong2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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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놈 참 장군감이야'

옛말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통 이 속담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식의 부정적인 느낌으로 쓰이는데, 반대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를 보면서  '그놈 참 장군감이네'라며 수시로 말해주었더니 진짜 장군이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말'이라는 건 단순한 말이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일을 의미한다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나쁜 일이 벌어질 거야’라고 예상하면 그대로 나쁜 일이 벌어지고,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믿으면 실제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 공포를 느끼는 이유

정신과적인 측면에서 '말이 씨가 된다'는 이 원칙이 가장 잘 적용되는 경우를 보면, 불면과 다양한 공포증이 있습니다.

 

불면증:: 정신과에 외래 환자로 오시는 분들을 보면 거의 4분의 1은 불면증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라 생각하면 될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이 분들에게는 ‘오늘 밤에 또 못 자면 어떻게 하지’가 최대의 걱정이라고 합니다. 걱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밤이 다가오면 잠을 못 자게 될까 봐 매번 걱정을 하고, 걱정을 하면 몸 안에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잠이 안 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있다 보니 밤이 깊어가고 새벽 1시 2시가 될수록 불안은 더 심해지게 되니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게 된다고 합니다.

공포증:: 공포증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이라도 폐쇄된 공간에서 공포 발작을 경험하게 된 경우, 비슷한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또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앞서고, 그 걱정은 실제로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김연아 선수처럼 몇 년간의 피눈물 나는 훈련의 결과가 불과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판가름이 나는 경우에, ‘혹시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면 실제로 실수를 불러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은 20세기 초 크게 활약했던 사회학자인 윌리엄 토머스(William Thomas)라는 사람에게서부터 기원했다고 합니다. 토머스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마음속에서 ‘실제’라고 스스로 결정해버리면, 결국 그 결과에 있어서도 그 상황이 실제가 되어버린다고 주장합니다.

 

 

■ 이 심리가 작용했던 경우

한 때 있었던 제일저축은행 사태를 보면 이 심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일저축은행의 실제적인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반응한 것이 아니라, 부산저축은행처럼 이번에도 곧 도산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모이게 되니 결국 대량 인출로 이어져 실제로 제일저축은행은 도산 위기에 맞닥뜨렸습니다.

20세기 초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라는 사람은 이 이론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시켜 보며 ‘자기충족적 예언’이라는 용어로 이름 붙였습니다. 앞서 예를 든 개개인의 불안증세와 같은 경우에서부터 저축은행 사태의 예시에서 보듯이 이 심리는 사회적인 집단의 경우에도 적용이 됩니다.

 

결국 사람은 객관적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관적으로 해석한 상황에 반응하기 마련이고 그러한 비슷한 반응들이 모이고 지속이 되면 주관적으로 해석했던 그대로 상황이 전개될 확률이 높습니다.

 

 

■ 말이 씨가 되게 하는 열쇠

정신과 의사들은 보통, 불면증 때문에 고민하는 환자가 오면 '며칠 밤 못 잔다고 해서 사람이 쉽게 죽지는 않습니다'라고 충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못 자면 못 자는 대로, 잠이 들면 잠드는 대로 그냥 놔두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큰일이 날 것 같다는 걱정으로 불안감을 가지지 말고, 그 큰일이 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깨라고 격려를 해준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머릿속의 자기예언의 연쇄 사슬 중에서 어느 한 군데를 끊어내지 않으면, 결국 예언대로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언뜻 생각했을 때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 결국 겪어야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 생각의 사슬을 푸는 해법은 결국 당사자에게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심리가 어떤 강력한 생각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는 자유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한대로 이루어지도록 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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