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블런 효과란?
경제학을 이끌어 온 오랜 기본 원리를 살펴보았을 때는, 수요는 가격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이 이론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영역이 바로 '럭셔리 사업'이라고 합니다. 흔히 럭셔리, 최고급, 명품, 프리미엄 등의 단어가 붙는 이런 명품 사업은, 어처구니가 없는 가격이 붙으면 붙을수록 그 수요가 급증을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상품 그 자체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로지 그 가격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가격에 따라 수요가 비례하게 움직이는 현상을 경제심리학적 용어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부릅니다.
19세기 말에 활약을 했던 미국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사회의 이런 현상에 대해서 비판한 저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베블런은 유한 계급의 소비는 생산성 향상이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저 '소비' 자체에 머무른다고 비판했는데요.
베블런이 말한 '베블런 상품'이라는 것들은 상품의 효용 가치가 아니라, 과시 효과를 위한 것 때문에 소비되는 물건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의 '럭셔리 상품'들인 셈인 겁니다.
■ 현대자동차 + 프라다
익히 알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2011년 5월에 '제네시스 파라다'를 소개했습니다. 이 모델은 럭셔리 브랜드인 '프라다'와 '현대자동차'의 협력으로 만들었으며 1200명에게만 판매할 예정으로 한정 생산을 하기로 했었습니다.
보통 4000~600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제네시스 모델에 비해 '제네시스 프라다'라는 모델은 8000만원을 호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4일만에 예약차량수가 100대를 넘어섰다 했고 1200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소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밴드왜건 효과란?
사치를 부릴만한 여유가 있는 그런 부유한 계층의 명품 소비 활동은 이러한 과시 욕구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럴 만한 여유도 없는 계층의 과소비 활동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베블런 효과' 보다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로 설명합니다.
이 '밴드왜건 효과'의 유래는 1848년 한 어릿광대 이야기로부터 전해져옵니다. 당시 꽤 유명했던 광대였던 '댄 라이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당선을 위해 악단을 태운 마차를 앞머리에 세워서 마을을 돌아다녔고,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미국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 '밴드왜건 전략'을 사용했고, 이 상황처럼 자신의 신념과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겠다 싶은 방향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행위에 이 용어(밴드왜건 효과)를 붙였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유명인들이 특정한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나왔다 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당 상품이 아주 빠른 시간내에 금세 동나는 현상이 바로 이런 밴드왜건 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요즘 우리 시대의 럭셔리 문화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명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구매해서 가지고 다니며 과시하는 모습은, 위계질서의 상위층을 차지하겠다는 경제적인 계산을 한 것이라고 보여지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소신과 신념의 부재를 뜻하는 모습일 뿐이지 않나 싶습니다.
■ 자본주의의 부작용
베블런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 둘 모두 자본주의와 부의 편중이라는 것으로 생겨난 부작용으로 보여집니다. 베블런은 이 때문에 일찍이 마르크스식 사회주의를 지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름의 많은 희생을 하면서 능력을 키우고, 무섭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 사회에서 한 자리를 획득하며, 온갖 노력을 다해가며 다들 그렇게 어렵게 돈을 모읍니다.
그런데 백화점의 명품 코너에 가게 되는 순간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신용카드를 꺼내고는, 너그럽고 여유롭고 우아하게 사인을 합니다. 고급스러운 명품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담겨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촌스러워 보일까 하자가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으며, 함께 담아준 영수증에 찍힌 금액을 확인하지도 않습니다. 그 순간 나는 영국 황태자비도 전혀 부럽지 않으며, 세상이 나를 위해 활짝 열려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베블런 상품의 만족감 효과는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쇼핑백에서 꺼낸 명품 가방을 침대 위에 꺼내어 놓고 나면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후회와 허망감은 무엇 때문일까요? 혹시나 누군가에게 이 명품백을 자랑이라도 할 수 있으면 이 허망감을 떨칠 수 있을까 싶어 휴대 전화를 들고 누군갈 만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는 이런 고급스러워 보이는 베블런 상품의 가치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않기로 혼자 또다시 마음을 굳힙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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