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의 가격(The Price of Everything)
《모든 것의 가격(The Price of Everything)》. 경제학자인 Eduardo Porter가 쓴 저서로 국내에서도 출간되어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가격'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우리가 시장에서 거래하는 물품에만 매기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무의식중에 모든 것에 가격을 붙이곤 하며 대안을 저울질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노골적일 때만 불편한 이유?
얼마 전 중국의 한 기사에 등장한 내용입니다.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서 자기 몸의 콩팥을 팔았다는 중국 고등학생의 이야기였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 학생은 이후 '그깟 아이패드에 눈이 멀어서 장기까지 판 나는 지금 천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라며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학생을 탓하기도 했고, 물질만능주의적인 요즘 사회에 안 좋게 오염되어가는 것 같은 현상에 대해서 걱정을 표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 때 모든 것에 상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면서 무언가를 결정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모든 것에 가격을 붙이는 것이 왜 마음 한구석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알고 보면,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무의식적으로 모든 현상에 가격을 매기고 있으면서, 어쩌다가 좀 노골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에만 꺼리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위선이 아닐까요?
■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의 심리라는 것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다른 '가치적 기준'과 '윤리적 잣대'를 적용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사무실에 잔뜩 쌓아놓은 포스트잇 · 스카치테이프 · A4용지 등 자잘한 소모품들을 개인적인 용도로 조금 쓴다고 했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대놓고 크게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사무실 금고에서 그만큼의 가격만큼 현금을 꺼내어 간다고 하면 그건 명백한 절도 행위가 되겠죠.
■ 거래는 비윤리적인가?
돈을 주고 받지 않고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봉사활동'이 되지만, 돈을 주고 받는다면 엄연한 '거래'가 됩니다.
한 예를 들면, 미국의 한 비영리 단체에서 실업자를 위한 법적 자문을 구할 변호사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한 예산에 한도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 30불까지만 지불이 가능했고, 당연히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변호사는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어 곤란해지자 그 단체의 대표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는데요. 바로 지원자 모집광고에 이 봉사활동에 대한 비용은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문구를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수히 '봉사'로써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구하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변호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인간이 '가격'이라는 가치기준으로 거래하는 영역과 '가격'이라는 것을 적용하지 않는 영역을 나누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 어느 누구도 사람의 목숨이나 종교적 자유, 사랑과 우정 등에 대한 것에 '가격'을 매기려고 하지 않고 싶어 할 겁니다. 더군다나 이런 것들을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는 사람을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할 겁니다.
■ 가격을 붙이지 않을 때 빛나는 것도 있다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서,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흘러서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최근에 기업들은 연봉을 최대한 줄이고 성과급의 비중을 높이면서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서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하고 협업이 중요한 현대적 기업문화에서 그렇게 유용한 방법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공룡 기업들의 상업적 소프트웨어와, '리눅스' 같은 공개 소프트웨어를 비교해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요. 이 둘은 같은 잣대로 보면 큰 차이가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개 소프트웨어의 개발자들이 여가 시간을 따로 내어서 작업하는 걸 감안해서 생각하면, 이 사람들이 발휘하는 창의력과 유연성은 결코 상업적 개발자들에 비해서 뒤지지 않을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자부심과 함께, 서로서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에 가격을 붙이는 상황에서는, 결코 이런 문화가 생겨날 수 없었을 겁니다.
■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물론 위와 같은 이상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가격을 붙이지는 않더라도 그 대신 다른 어떠한 가치로 보상을 받을 수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우에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기술력과 능력 또한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 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같은 경우에도, 자신이 추구해서 하고 있는 행위들이 진정으로 도덕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내면의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함께 기억해야 할 점은, 단순히 인건비를 절약한다거나 회사의 팀원들 사이의 억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일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건 오히려 반발만 살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가격이라도 제대로 붙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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