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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벽에 붙은 파리 효과::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아라

by rrong2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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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자가 나를 보듯

심리학자들이 붙인 이름 '벽에 붙은 파리 효과'. 이건 무슨 효과를 말하는 걸까요? 벽에 붙은 파리와 인간의 심리현상이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요?

 

미국 유명 대학인 버클리 대학의 심리학자 '오즈렘 에이덕'과 미시간 대학의 '이선 크로스'는 '벽에 붙은 파리 효과'감정적으로 초연한 제 3자적인 시각을 가진 관찰자를 표현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 벽에 붙은 파리가 다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상상해봅니다. 방금 연인에게 그만 만나자는 말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은 상황입니다. 그 사람 앞에서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만, 혼자 조용한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는 생각만 듭니다. 과거에 내가 실수를 했던 게 없었는지 되돌어보기도 하고, 이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나 행동에서 오늘의 이별을 예상할 수 있었던 단서가 혹시 있었는데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 생각을 해 봅니다. 생각을 할수록 입에서는 가끔 욕이 나오기도 하고, 진땀을 흘리면서 가슴을 쥐어짜며 애꿎은 벽에다가 주먹을 날려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집 한쪽 벽에 파리 한 마리가 붙어 있습니다. 이 파리는 한참 전부터 이 청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었습니다. 지능이 좋은 파리여서 이 청년이 아까부터 왜 이리 난리를 치고 있는지 이유를 알고 있지만, 파리는 그저 파리일 뿐입니다. 괜히 그 주먹질이 자기에게까지 날라오지는 않을까 부지런히 피해다니기만 합니다.

 

위의 상황에서는 2가지의 시각이 있습니다.

청년의 시각은 과거의 일을 격앙된 감정으로 되짚어보고 있는 반면에, 그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파리는 제 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이 청년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 이 2가지 시각의 활용방법은?

정신적인 질환 중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게 있습니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이나 예기치 못한 끔찍한 사고, 강도, 전쟁 등의 상황을 겪고 나서, 과도하게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면서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도 정서적인 괴로움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안타깝지만 재해라는 것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겪은 피해들이 빠르게 정신적인 외상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돕습니다.

치료방법 중, 약물 치료를 제외하고 심리적 치료법을 살펴보면 크게 2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장기간에 걸쳐서 '심리적인 지지면담'을 해줌으로써 외상과 그 외상 후에 적응과정 전반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대응책을 찾는 방법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심리적 경험보고'라는 기법으로 주로 사고 직후에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사고의 내용이나 당시에 느꼈던 심리적인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나누는 것입니다. 심리적 경험보고 기법은 원칙적으로 일회성이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 이런 방법의 효과는?

이런 '경험보고' 기법의 기본내용에는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을 되돌아 보는 것을 통해 감정적으로 느끼는 충격을 완화하고, 스스로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게 되며, 미래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가르침을 얻어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유명말 말도 있죠. 모든 불행한 경험을 통해서 오히려 나는 강하게 단련시키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심리적 '경험보고' 기법을 사용한 결과를 보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치료적인 효과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보다 더 부정적인 경험의 후유증이 커지거나 자살률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던 일 중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잊으려고 하면 했지, 다시 그 경험을 상기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하는 사람들은 그 경험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생각하게 하면서 기억해내도록 만듭니다. 그게 오히려 그 사람들을 궁지에 더욱 더 밀어넣는 셈이 되기도 하는 거겠죠.

 

 

■ 제 3자의 시선을 가져보는 것

심리학자 '에이덕'과 '크로스'는 왜 이 2가지 시각에 주목하는 걸까요? 에이덕과 크로스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실패에 대해 바라보는 것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1인칭 관점에서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되살려보는 것이며, 또 하나는 3인칭의 관점에서. 즉 앞서 이야기 했던 벽에 붙은 파리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그 경험을 겪고 있던 나의 모습을 초연히 관찰해보는 겁니다.

 

두 사람은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 2가지 시각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재경험하게 한 다음, 후에 어떤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지 조사 해보았는데요. 1인칭 관점에서 실험했던 사람들은 혈압/심박수가 올라가면서 과거경험을 했을 때처럼 그 정도의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에 3인칭 관점에서 실험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생리적인 반응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과거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좀 더 긍정적인 메시지를 얻어내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2가지 방법 중 어떤 방법을 더 사용하는가는 과거의 사고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성격'에 따라 정해졌다고 하지만, 풍부한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절하게 유도를 해준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제 3자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볼 수 있도록 가능했다고 합니다.

 

 

■ 깊숙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여러 연구자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을 찍은 영상과 자기 자신을 찍은 영상을 보여주고, 화면 속의 촬영 당시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짐작해보라고 하면, 신기하게도 자신의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맞춰낸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남에 대해서는 이렇게 객관적인 시선에서의 공감능력을 잘 활용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를 그만큼 어려워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심리적·정신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충분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스스로를 공감을 하고 위로도 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많은 사례를 보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고 활용하는 단순/기계적 치료방법만 통해서는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상처가 쉽게 아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써줄 수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나 믿을 수 있는 치료자를 통해서, 나의 경험과 세상의 일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배워나가려는 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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