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소유했던 것'의 가치
‘내가 소유했던 것’에 대해 느끼는 가치와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백화점 진열대에 줄줄이 진열되어 있는 상품과, 내가 선택하고 공들이고 아끼면서 사용해왔던 물건의 가치는 전혀 다른 것이죠. 경제심리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상당 부분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경제학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물건을 살 때 지불하고 싶은 금액과 소유한 물건을 팔 때 받고 싶은 금액이 일치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팔 때의 금액이 살 때의 금액보다 훨씬 더 크게 측정되어 나타난다는 겁니다.
■ 소유하기까지의 과정
이러한 '소유한 것의 가치'에 대한 현상을 일반적인 경우로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 당하는 것을 훨씬 더 피하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투자를 통해서 미래에 얻게 될 가치보다 자칫 잘못하면 잃을 수 있는 현재의 가치를 훨씬 더 크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것뿐만도 아닙니다. 내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이미 내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원하는 물건을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노동의 과정인지 모두들 잘 아실 겁니다. 정보를 조사해서 모으고, 가격을 여기저기 비교하고, 발품도 팔아가며 가장 싼 곳을 찾아가보고, 흥정도 하고, 또 막상 구매하고 오면 보물단지 다루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고, 어디 하자는 없는지 세심히 관찰하고······.
어디 그뿐일까요? 아끼는 그 물건이 내 손에 익어 가면서 애정이 들고 추억이 어리게 됩니다. 냉정한 자본주의는 '감가상각'이라고 하며, 중고품이 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못 박아놓았지만 '경제적인 논리'와 '인간의 실제 마음'이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법입니다.
■ 전형적인 '소유 효과' 사례
이렇듯이 한 번 내 손에 들어온 물건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부여됩니다.
그런데 이런 심리를 역이용해서 되려 물건을 파는 상술이 있기도 해서 좀 분하기도 합니다. 가끔 광고문자를 받습니다. ‘한 달 무료 체험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물건을 받아가시라는 광고 메시지 같은 것들입니다.
마음에 들면 정식으로 돈을 내고 계속 사용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반환해도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반환하지 않고 그냥 계속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단지 반환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한 번 무언가를 소유하고 나면 점점 더 가치가 올라간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소유 효과의 사례입니다.
■ 어느 실험 이야기
듀크 대학의 한 경제학자는 대학 농구경기 입장권의 가격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이 표를 구하려면 오픈 며칠 전부터 매표소 밖에서 밤을 새가며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추첨을 하게 되는데 그 추첨에서 떨어지면 아무리 며칠 밤을 꼬박 기다렸다고 해도 표를 살 수가 없습니다.
실험에 참여했던 댄은 마지막 순간에 추첨에서 떨어져서 표를 못 산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약에 지금이라도 표를 구할 수 있다면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100명에게 물어본 결과 그 응답한 사람들이 제시한 가격의 평균은 170불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표를 구매한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그 표를 팔아야 한다면 최소 얼마를 받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100명에게 물었는데, 이때의 평균 가격은 무려 2,400불이었습니다. 무려 15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지요.
■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많이 원했고, 찜해보기도 하고, 서성거려도 보았지만 결국 소유하지 못했을 때, 사람은 마치 그것이 내 손에 들어온 물건만큼이나 많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상 소유권(Virtual ownership)’이라고 합니다.
경매 시장은 이 점을 이용하는 겁니다. 조금씩 입찰가를 올리며 같은 입장의 많은 사람들과 경쟁하다보면, 나중에는 처음에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그 물건을 사게 됩니다. 입찰가를 올리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그 물건에 대한 일종의 ‘가상 소유권’이 생겨서 그런 겁니다..
■ 물건이 아닌, 사람에 대한 소유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 것에 대한 '소유'라는 것은 떼려해도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여 있나 봅니다.
자기 것에 대한 애정과 집착, 그리고 이런 소유 심리는 물건에 대해서만 생겨선 안 되겠죠. 내가 소유(?)한 내 배우자, 내 가족들, 내 친구들에 대한 애정도 중요합니다. '소유'라기 보다 '함께'한 시간이 지난 만큼, 그리고 공을 들이고 정성을 쏟고 속을 썩이기도 했던 만큼 그들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가치는 천정부지로 높아져 갑니다.
물건들이야 경매로 넘길 수 있겠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만큼은 절대로 싸게 넘기지 않아야겠습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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