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붙인다는 것
우리는 어떻게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걸까요?
꼭 이성간의 현상뿐만 아니라 물건이든, 사상이든, 장소든 간에 왜 호불호가 생기는 것일까요? 이성에게 호감을 사려 애쓰는 사람들부터 고객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유혹하는 광고주들까지 많은 것이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이유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어떠한 근본적인 법칙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자주 접할수록 호감이 간다'는 법칙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
이 효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소개해보겠습니다.
대만의 한 남성이 거리가 먼 곳에 떨어져 사는 한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러브레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열렬히 보내왔던 러브레터는 그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데요. 불과 2년여의 기간 동안 무려 400통의 편지를 보냈고 그 꾸준함에 흔들리던 여성은 드디어 결혼을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이 결혼을 마음먹은 사람은 편지를 쓴 그 남자가 아니라, 그 편지들을 열심히 날라주었던 우편배달부였답니다.
우리는 처음보거나 익숙치 않는 낯선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경계심이나 불편함을 갖게 마련이지만, 그 대상을 접하는 횟수가 차츰 늘어나다보면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 자주 보면 정이 들고, 만나다 보면 좋아진다
자주 보면 정이 들고, 자꾸 만나다 보면 좋아지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이언스'라는 사람은 '단순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이름을 붙였다는데요.
앞서 이야기 한 우편배달부와 결혼한 여성의 심리를 위 효과와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그 심리도 이해할만 합니다. 낭만적인 연애편지로 이미 로맨틱한 분위기에 빠진 상태에서 무려 400번에 걸쳐서 우편배달부 한 사람에게 지속으로 얼굴과 목소리에 노출되다 보니 호감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처럼, 버스나 지하철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얼굴에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거나, 직장에서 매일같이 티격태격 다투던 직장 동료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것들도 모두 이러한 '단순노출 효과'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에펠탑에도 적용되었다?
단순노출 효과는 사람에게는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프랑스 파리의 명물이 된 '에펠탑'이야기가 있습니다.
에펠탑은 1889년에 처음 건립이 되었는데요. 이 때만 해도 에펠탑은 파리 시민들의 혐오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거대하고 낯선 철 구조물을 보고 파리 시민들은 고풍스러운 파리의 정경을 완전히 망쳐놓았다고 생각했고, 악마의 표시 같은 느낌이라는 혹평까지 했다고 합니다.
에펠탑이 완공될 때까지도 철거가 논의도리 정도로 당시에 시민들의 반응은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취급을 받고 있던 에펠탑을 구제한 것은, 당시에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무선 송신 중계소'로 너무도 적합하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까스로 철거당하는 상황을 모면한 에펠탑은 지금, 파리 시민들의 최고의 자랑이자 파리의 상징이 되었죠. 멀리서도 에펠탑 모습을 바라보면서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은 어느새 에펠탑에 정이 들고 만 거죠.
■ 광고에도 적용되었다
광고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들은 천문학적일 정도로 큰 돈을 들여서 스포츠 스타를 후원하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에다가 자사 제품을 협찬하기도 하면서 광고를 합니다. 그리고 공익광고에도 자사 브랜드 관련 내용을 눈에 잘 띄지 않게 집어넣기도 합니다. 이런 광고들은 대놓고 제품을 사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출 기회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면서 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방식입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선정성 때문이라던가, 표절 논란이라던가 하는 방송에 부적합한 내용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식의 기사로도 마케팅이 가능한 겁니다. 이렇게 광고라는 것은 꼭 긍정적인 이미지로 노출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이러한 내용은 분명히 자사 브랜드에 마이너스가 될 것임에 분명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소문 없이 매출은 올라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매니지먼트 회사가 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흘린 소문을 기사로 냈다는 내용까지 뜹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폭로성 기사들마저도 회사의 매출을 높이는 데 일조를 합니다. 이유는 바로 반복적인 노출 때문이라는 겁니다. '자주 보면 정이 든다'는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인거죠.
■ 손 쉬운 방법, 하지만 유의할 것
이렇게 무엇인가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개개인마다의 취향과 상황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정답을 찾으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점은, 앞서 말한 '노이즈 마케팅'의 예시처럼 거짓된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것이 어느 순간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유의를 해야할 것입니다.
아주 옛날 인류가 아직 원시시대에 머물고 있었을 때에는, 이러한 '단순노출 효과'가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동료들 간에 우애를 다지고 협력하는 것을 돕는 유용한 방법으로서 작용은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대기업의 광고 전략에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곤 할 겁니다. 그리고 또 이성간에 깊은 탐구의 시간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섣부른 관계를 맺게끔 유혹을 하고 당하기도 합니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이 효과를 항상 기억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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