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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감정표현 불능증:: 감정언어를 몇 가지나 사용하시나요?

by rrong2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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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감정표현 불능증을 의학용어로 Alexithymia라고 합니다.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도 낯설어하는 단어입니다. 영어에서는 앞에 ‘a’가 붙으면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결국 ‘영혼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음’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신체화 장애'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이것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환자가, 실제로는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으나 만성요통, 근육통, 위장 질환, 알레르기 질환 등을 호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환자는 어딘가 자꾸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아무리 검사를 해도 이상이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의사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고 환자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런 질환입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이론이 바로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의 부족, 즉 감정표현 불능증입니다.

 

 

 

■ 감정없는 '냉혈한'은 더 건강할까?

‘냉혈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어떤 것도 거침없이 저지르는, 사사로운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인물을 묘사할 때 쓰는 말입니다.

 

가끔 저도,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많은 실수와 오판을 막을 수 있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기도 합니다. 순간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어떠한 감정 때문에 해야 할 일은 하기가 싫어지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러버리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항상 옆에 데리고 함께 다니던 반려동물이 죽어도 크게 슬픔을 느끼지 못하며, 풍성한 생일축하와 함께 선물을 받아도 그다지 기쁘다고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기쁨, 슬픔, 분노, 후회, 미련, 기대, 흥분 등등 이런 단어들을 거의 잘 못 느낀다고 보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강렬한 감정에 휩싸일 때도, 이런 사람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주위의 과잉반응에 어리둥절해하기까지 합니다.

 

 

■ 단지 '번역' 기능이 부족할 뿐

이들처럼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주장하지만, 감정에 따른 아무 신체적 반응까지 없는 것은 아니며, 단지 감정을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것뿐입니다.

 

이들도 기쁨을 느껴 흥분하게 되면 혈액 순환이 빨라지고, 심박수가 증가하기도 하고, 볼에는 기분 좋은 홍조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가 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에도 역시 피가 머리로 솟구칠 것 같은 느낌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두 상태가 일부 유사한 면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자를 ‘흥겹다’, 후자를 ‘열 받는다’라고 정확히 구분해낼 수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을 보게 됐을 때 비위가 상하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우리는 ‘역겹다’라고 표현합니다.

 

 

■ 감정을 유추해내는 실험

미국의 심리학자 섀처와 싱어라는 사람은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피실험자들에게 교감신경 자극물질인 에피네프린을 주사한 후 A, B 두 그룹으로 나눠 각자의 그룹끼리만 지내게 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두 종류의 보조실험자들도 준비했는데, 첫 번째 실험 보조자들은 주사를 맞은 피험자 그룹 A에 다가가서는 괜히 종이비행기를 날리거나 농구 경기를 하면서 일부러 기분이 좋을만한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 실험 보조자들은 그룹 B에 다가가서 화를 내고 문을 박차고 나가기까지하며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피험자에게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평가해 말해보라고 했는데, 그룹 A의 피험자들은 즐겁고 흥분되었다고 말한 반면, 그룹 B의 피험자들은 화가 나고 기분이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습니다.

섀처와 싱어가 내린 결론은, 인간이 감정을 느끼고 이 감정을 분류할 때에는 생리적 반응과 더불어 인지적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원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주위의 어떤 힌트라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를 유추해낸다는 겁니다.

 

이 때 활용한 힌트로는, '자신이 처한 객관적 상황'도 있겠지만 '주위 사람들의 태도' 역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을 배울 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엄마의 반응'이 이러한 힌트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습니다

위 실험과 예시에서 보았듯이, 감정을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들은 부모님을 통해서, 선생님을 통해서, 그리고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을 통해서 하나하나 배우게 되고 익혀나간 겁니다.

단어와 내적인 생리적 반응이 결합되면서,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겁니다.

결국에는, 자기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도 하면서 이 감정상태들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고 또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하고 사회생활이나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좋다, 개운하다, 상큼하다, 짜릿하다, 편안하다, 평온하다, 만족스럽다, 흡족하다’ 또는 ‘슬프다, 서글프다, 먹먹하다, 아련하다, 우울하다, 침통하다, 막막하다, 당혹스럽다’ 등등 이렇게나 다양한 단어들 중에 여러분은 평소에 몇 가지나 사용하고 계시는지요?

 

감정적인 섬세함을 엄청나게 예술적 차원까지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들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조금은 예민한 감식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절대로 틀리지 않습니다.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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